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반 친구 하나가 심한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말을 못했는데, 저는 언제나처럼 그 친구에게 장난을 걸었습니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걸 알고 친구를 약을 올리고 ‘내 말이 틀렸으면 말을 해봐! 벙어리야?’하고 놀렸던 것입니다. 이 일로 어머니가 학교에 불려 오셨고 저에게 놀림을 당한 친구의 어머니까지 학교에 오셔서 저를 혼내시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친구의 어머니께 연신 용서해달라고 머리를 굽히는 것을 보고 제가 장난이 너무 심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는 기운이 쑥 빠져서 학교에 다니는 것도 시큰둥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가 등산을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노는 것이 마냥 좋아서 신나게 따라갔는데 아버지와 산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사고방식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왜 친구를 놀렸는지를 물어보셨는데, 저는 제가 재미있는 말을 해서 친구들이 웃는 것이 좋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상대방의 약점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할 방법은 누군가를 놀리거나 상처를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방법을 찾아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저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놀리지 않고, 상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